본문 바로가기

대학원

비전공자가 데이터, 인공지능 대학원 가도 되나요?

비전공자가 데이터, 인공지능 대학원 가도 되나요?

요즘 주변분들에게 공학 대학원 상담을 매우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작년말에는 갑자기 서류를 덜컥 붙으셔서, 면접 및 전공 시험을 속성으로 과외를 요청해주신 분들도 있으시구요.

 

제 나이가 조금 빠르게 취직을 하면 5년차, 그렇지 않으면 3~4년차가 되는 나이인데, 본인 업무에 대한 매너리즘이 오기 시작하거나, 이직이 슬슬 생각나는 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커리어 전환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시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같이 입학한 동기들의 경우에도 30%정도가 직장을 다니시다가 풀타임 석사로 오신 케이스였는데, 그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많이 도와드렸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셔서 모두 좋은 곳으로 커리어 전환에 성공하시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학원은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학교의 개념보다는 특정 주제를 잡고 깊게 연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인 것을 알고 가셨으면 합니다.

 

내가 딥러닝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대학원에서는 그것과 관련된 공부를 일반적으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를 먼저 연구한 박사 과정이 있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이 연구실에서 내가 최초로 딥러닝을 활용해서 연구를 진행한다? 그대로 들개식 연구 시작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전공자가 공학 대학원에 가게되면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상담을 했던 지인분들 중, 비전공자분들이 공학 계열로의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셨을 때는 대부분 데이터 계열, 인공지능 계열,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계열에서 고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필요성이 증명된 학문들이라 계속해서 수요가 존재하는 확실한 분야니까요.

 

세 분야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AI, 그 중에서도 이미지 기반의 딥러닝을 연구하는 연구실에 비전공자가 입학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 의외로 공부할 것이 많다

 

: 논문에서는 일반적으로 독자가 기본적인 선형대수, 통계학, 이미지 프로세싱 등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가정하고 글을 서술합니다. 딥러닝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의 개념이 제시된 논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호와 이상한 단어들이 있어서 두렵지만, 알고 보면 진짜 쉬움

 

애초에 Convolution이라는 개념을 컴퓨터공학 전공이라면 신호처리, 이미지 프로세싱 계열의 수업에서 무조건 한 번쯤은 접하는 개념이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Kernel(혹은 Filter)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면 이미지 프로세싱쪽을 들여다봐야하고, 또 거기서는 행렬(선형대수) 개념이 나오는식입니다.

 

물론, 못할 정도는 절대 절대 아닙니다.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은 생각보다 공부해야할 양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허미,,,

애초에 모든 학문을 A to Z까지 전부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수행하는 연구에서 필요한 부분만 체리 피킹해서 공부해도 충분합니다. 다만 각 학문이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파고 파고 들어가다보면, 이 양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꼭 알고 가셨으면 합니다.

 

2. 논문 실험, 프로젝트를 위해 모델을 구현해야할 때

 

: 논문을 어찌저찌 이해한다 하더라도, 논문을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은 라이브러리화가 잘되어 있기도 하고, github나 velog 등에 코드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내 데이터셋에 맞게 Data Loder쪽을 건드려야 하거나, 필요에 맞게 모델을 수정할 때 막히는 경우가 생기며, 수많은 버전 관련, CUDA 관련 이슈들도 덩달아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이 처음엔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분명히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내 PC에서는 안되고, colab에서는 되는데 연구실 서버에서는 안되고, 파라미터 하나 바꿨을 뿐인데 뻘겋게 에러 메시지가 IDE 화면을 가득 채우고..... 괜히 잘못 건드리면 더 큰일날까봐 더 만지지도 못하겠고...

 

원래 개발과 구현은 에러와의 싸움이고, 구글은 모든 답을 갖고 있기에 어찌저찌 완성을 시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 자체가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3. 재취준

 

: 학회나 저널에 논문도 투고했고, 학위 논문도 순항중이고, 이제 딥러닝 동향에 대해 박사와 토론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졸업이 다가옵니다.

 

자 이제 취준하셔야죠....

 

AI 엔지니어, 연구원으로 원서를 쓰니, 코딩 테스트와 오프라인 과제가 주어집니다.

코딩 테스트는 라이브로 감독관이 내가 알고리즘을 짜는걸 실시간으로 보겠다고 하고,

과제는 처음 다루는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문제를 풀라고 합니다. 게다가 PyTorch를 사용하라는 제약이 걸려 있습니다. 나는 Tensorflow만 활용해서 여태까지 연구했는데...! 

 

숨이 막히시지 않나요?

 

졸업 논문 작성 + 졸업 디펜스 + 자기 소개서 + 코테  + 회사 사전 과제 수행 + 면접 준비 (+ 논문 투고)가 동시에 진행되는 마지막 학기는 정말 정말 정말 바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 후 한학기 정도 랩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취준을 준비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랩에 프로젝트가 있어야하고, 교수님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조건들이 붙어 있습니다.

 

아니라면? 졸업을 늦춰야 합니다.

 


조금 리얼하다고 느끼셨다면 맞습니다. 일부는 제가 경영대에서 공대로 재입학을 했을 때 느꼈던 경험이고, 일부는 함께 동고동락한 비전공자 석사 동기들과 식사를 할 때 자주 나왔던 이야기들에 대해 정리를 한 것들입니다.

 

사실 위의 세가지 말고도 다양한 이슈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학원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끼셨고, 몰입하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셨다면, 저는 대학원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부트캠프를 통해 6개월 만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이직 했어요! 라거나 한 달만에 마스터 했어요 딥러닝! 이런식으로 홍보하는 온라인 강의나 부트캠프에 퇴근 이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2년을 확실히 공부에만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본인을 밀어 넣는 것이 (오히려) 가성비적으로 훨씬 났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대학원 문과 인공지능 문과 딥러닝 문과

'대학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떨결에 문과가 카이스트 입학까지 했습니다  (2) 2021.09.22